친한 친구녀석이 있다. ‘X알친구. 결혼해서 애가 둘이야. 언제나 밝은 녀석이지.

 

출근길. 이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장인어른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였다. 빈소가 강원도 정선에 있는 정선산재병원에 차려졌다는 말을 듣고 퇴근 후 친구들과 함께 곧장 달려갔다. 어르신 고향이 정선이거든.

 

가는데 4시간. 피곤하긴 했지만 그보다 침울해 있을 친구녀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더라구. 시간은 그렇게 후딱 지나갔다.

 

도착하니 자정쯤.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실감될 정도로 정선의 밤하늘은 청명하기 그지 없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평일인데다 너무 늦은 시각이라 문상객들은 많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예를 마친 뒤 가족들과 마주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표정들이 너무 편안해 보이는 거야. 눈물과 슬픔을 애써 묻어 둬서인지 우울한 분위기는 거의 없었다.

 

고인은 주무시던 중 돌아가셨다. 갑작스럽게 심장에 이상이 생긴 나머지 뇌로 향하는 경동맥을 혈전이 막았다는 군. 추운 날씨에 펌프질이 갑자기 멈춰서 얼어버린 수도관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들에 의해 발견된 건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이후다. 상당시간 산소공급이 안된 영향인 듯 왼쪽 뇌 전체가 죽은 상태였다.

 

병원에서는 전날 잠자리에 드신 시간을 토대로 돌아가신 시간을 대략 추측했다. 12시간 정도 그 자리에 그냥 누워 계신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12시간 동안 방치돼 있었다? 천만에 말씀. 

 

웃고 계셨다.

 

너무도 편하게 미소를 머금은 채 침상에 누워계서서. 가족들은 혹여나 어르신 숙면에 방해가 되는가 싶어서. 조용히 방문 여닫기를 반복했다. 떨어진 지 오래인 체온을 알아챌 수가 없었던 거야. 가족들이 걱정할까 싶어 좋지 않은 소식을 일부러 알리지 않으시려는 듯……

 

0.00001%의 확률을 믿고 큰 수술을 벌였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웃는 표정으로 어르신은 가족들의 곁을 영원히 떠나셨다.

 

아빠가 웃고 계셨어요. 뭔가 슬퍼야 하는데. 눈물이 안나요. 가족들 걱정 할까 봐 그러셨나…… 정말 그냥 친구 같은 아빠여서, 자식들 뒷바라지 쉬시고 손주들이나 보면서 편하게 지내시나 했는데. 뭔가 보답할 기회를 안주시고, 40년 동안 주기만 하고 훌쩍 떠나셨어요. 지난달 결혼 40주년기념이라고 엄마랑 여행 다녀오신 게 다행스럽기도 하고실감이 안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네요. 그런데 참 희한한 건. 주무시기 전 집에 고장난 물건을 모두 고치신데다 친척들이 도움을 요청한 일도 모두 마무리 하셨다는…… 미안한 마음의 짐을 가족들에게 모두 남겨 놓은 뒤, 정작 당신은 웃으면서 가셨어요. 얄미워요. 많이……”

 

자네라 부르지 않고 언제나 친근하게, 피붙이처럼 사위의 이름을 불러 주셨던 어르신.

 

호윤이와 영준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우리 강아지들~”하시며 볼을 비비고, 눈을 맞추시던 어르신. 

 

부디 포근한 곳에서 영면하시길 마음속 깊이 기원합니다.

 

Posted by Journalist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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