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평 뉴타운에 살고 있는 ‘경영컨설턴트계’의 초얼짱 슈퍼모델 고모씨(내스타일)의 집 식사자리에서 생긴 일화.

주문한 생선회에 ‘스끼다시’로 생선구이가 함께 배달. 평소 생선구이를 좋아하는 나는 열심히 젓가락질. 한쪽면을 다 먹고 난 뒤 반대쪽면을 먹기 위해 뒤집은 순간. 갑자기 일행 중 누군가 “생선을 뒤집는 것은 예의에 벗어난다”며 ‘농담반 진담반’ 핀잔.   

얘기인 즉슨. 바닷가에서는 생선을 뒤집으면 배가 뒤집힌다는 속설이 있어서 결코 생선을 뒤집어 먹지 않는다고. 한쪽면을 다 먹고 난 뒤 뼈를 들어내 먹는 일종의 ‘파먹는’ 방식이라고. 며느리를 들일 때 생선구이를 뒤집어 먹느냐 아니냐로 가정교육 여부를 판단한다고. 그리고 이건 바닷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내륙지방 모두에 해당되는 ‘예의’라고.

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무엇보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도 누군가에게 들어서 알게 됐다며 맞장구를 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난 그냥 웃고 넘김. 하지만 속으로는.

“아. 어머니. 당신께서는 왜 이런 예의범절을 가르쳐 주시지 않으셨나요.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예의 바르다는 말을 달고 살아왔던 아들래미에게. 왜 이런 시련을 안기시나요.” 

그날 이후. 정말 이런 ‘생선예의’가 있는지 수 많은 사람들을 통해 묻고, 확인하고. 각종 자료검색을 통해 진실을 파악해본 결과. 다소 황당.

“일본은 예로부터 어업이 발달한 나라라 물고기에 대한 미신이 많죠. 특히 구운 생선을 뒤집어 먹으면 배가 뒤집힌다는 속설이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몇몇 해안지역에 비슷한 문화가 있는데요. 일제강점기때 전해진 일본풍습인셈이죠.” (일본전문가 김모씨)

여수-군산-태안 지역에서 어렸을 때부터 살았고,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있는 선후배들에게 물어보니 대답이 가관.

“생선은 토막 내서 각자 한 덩이씩 먹는 것 아니냐. 생선구이를 뒤집으면 안 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여수 강모씨)
“그런 말 들어본 적 없는데요.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알고 계시려나……” (군산 민모씨, 태안 이모씨)

혹시 내륙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알고 있는 사람이 있나 싶어 10여명을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1명 정도만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 흥미로운 사실은 그 1명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 “포도도 뒤집어 먹으면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대체 포도의 나머지 한쪽 면은 어떻게 먹으란 말이냐”는 의문이 증폭했지만 오늘의 주제는 아닌지라 일단 패스.

여기까지 정리하면. 생선구이를 뒤집으면 안 된다는 일부의 주장은 바닷가 일부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풍습을 다소 과장한 것에 불과하고. 그나마 일본에서 건너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렇다면 유럽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을까? 있다. 2004년 ‘동아일보’ 보도를 정리하면.

“생선을 뒤집어 먹다보면 소스가 옷에 튈 수 있다. 그리고 타인에게 시각적으로 지저분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매너차원에서 안 뒤집는다”... 웃음이 나올 수 밖에.

누군가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다른 잘못된 정보가 군중심리를 자극했을 때 어떤 뒤틀린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목도할 수 있게 도와준 ‘생선예의’에 감사할 따름.

한가지 추가.

개인적으로 최근 주변인들에게 ‘상갓집 예의’에 대해 말해줬었음. 양말이나 스타킹 등을 통해 ‘맨발’은 절대 드러내면 안 된다는 내용이 골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가운데 한 사람의 명쾌한 답변.

“그럼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는데 맨발로 가는 사람도 있니?”

-끝- 

Posted by Journalist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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