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비자 볼모 잡는 택배사들의 ‘밥그릇’ 탐욕

 

CJ대한통운 택배차량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어딘가 어색하다하얀색 번호판이다불법이다배송용 차량은 노란색 번호판이 정상이다뒤따라갔다서둘러 내리는 택배기사를 불러 세웠다잘 모르겠다며 분주히 발걸음을 뗀다재차 붙잡기 어렵. 일분일초가 그에게는 생계다.

 

쿠팡의 로켓배송차량하얀색 번호판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위원장 CJ대한통운 차동호 부사장)의 시비가 정상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택배사들은 쿠팡을 택배사업체로 사실상 규정하고 있다. 배송비가 상품가격에 포함돼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배송비를 받는다는 논리다.

 

그런 만큼 당국의택배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신들처럼 노란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4월 현재 쿠팡은 하얀색 번호판이 달린 일반 화물차량을 배송에 활용하고 있다. 택배사들에 따르면 쿠팡은 무면허 택배업체다.

 

쿠팡은 단순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특정제품에 한해 구매금액 총합 9800원 이상이면 무료배송 혜택을 부여한다. 당일 또는 이튿날 완료되는 빠른배송을로켓배송으로 특정 짓고 있다. 그 자체로 발생되는 수익은 없다. 오히려 손해에 가깝다. 장기적 관점의 사업적 판단에 따른 투자다. 때문에 노란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할 이유가 없다. 별도의 면허도 필요하지 않다.

 

‘로켓배송’은 사실 이미 오래 전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서비스다. 이름만 다를 뿐이다. 제법 규모 있는 동네 슈퍼마켓이 발원지(?)로 추정된다.

 

부피나 무게로 인해 들고 가기 부담스러운 물건들을 배달해준다. 골목길이 많은 동네는 오토바이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차량이 주로 이용된다. ‘하얀색 번호판이 공통점이다. 구매가격 총합이 1만원을 밑도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동네 경쟁 수퍼마켓들과의 차별화다. 수고비를 요구하는 야박함은 없다.

 

쿠팡 로켓배송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슈퍼마켓 주인들도 범법자로 몰아 세워야 할까.

 

쿠팡 배송차량에 노란색 번호판을 강제하고자 한다면 앞선 상황을 반박할 논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라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B C라는 보편 타당한 2개의 전제를 증명해야 한다. 형식논리학의 간접추리를 대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이다. 택배사들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단순 배달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거두는 기존 택배사들. 여기에 쿠팡 로켓배송을 겹쳐보면 1:1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결론이 어렵지 않게 도출된다. 그런데 왜 택배사들은 쿠팡의뒷다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일까.

 

택배위원회 관계자는위법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쿠팡 로켓배송이 택배시장을 혼탁시길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면서 사전 방지 작업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도 하얀색 번호판을 부착한 불법 택배차량에 대해서는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부가 증차허가를 내주지 않아 벌금을 물면서 억지로 끌고 가고 있다는 푸념이다.

 

불법임을 알면서도 계속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사업. 그러면서도 다른 사업자의 배송 행위에 대해 불법 지적을 하고 있는 단체. 의도의 순수성과 신뢰성이 크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작년과 2013년에 각각 약 11000여대 수준의 영업용(배송용) 차량 신규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아직도 그 숫자가 크게 부족하다는 데 있다. 증차가 돼야 하는데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때문에 어렵다. 10t이 넘는 대형 운송차량들과 상대적으로 가벼운 택배차량들이 같은 법으로 묶여 있다. 대형 운송차량사업은 사업자들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신규 진출을 막고 있다. 택배차량의 사정은 다르다. 2004년 전후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물동량으로 인해 2015년 현재 크게 부족하다.”

 

택배위원회 소속 회원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의 설명을 포함한 택배업계의 시장구도를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로켓배송차량 위법성 논란을 일으킨 단초가 희미하게 엿보인다.

 

택배위원회 대표위원인 우체국 택배는 우편법을 적용 받는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과 무관하다. 원하는 만큼 증차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CJ대한통운을 포함 동부택배, 로젠택배, KGB택배, 한진택배, 현대로지스틱스 등 다른 택배위원회 회원사들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증차문제에 민감하지 않다. 실제 우체국 택배는 다른 회원사들과 이질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농협은 택배사업 진출 초재기에 들어간 지 오래다. KGB택배와 로젠택배 등 기존 업체들을 인수하는 형태가 유력시 되고 있다. 농협이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 우체국 택배와 마찬가지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적용 받지 않는다. 농협법이 우선한다. 배송차량을 무한하게 늘릴 수 있다.

 

“우체국 택배가 최근 배송차량과 인력들을 늘리고 있다. 물동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영향이다. 여기에 농협까지 진출하면 기존 시장에 지각변동이 발생될 확률이 크다. 택배 시장 주도권을 이들 업체들에게 내줄 공산이 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추가 증차를 이뤄내야 한다.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택배업계) 내부적으로 상당하다.”

 

택배업계 관계자의 증언이다. 밥그릇 챙기기를 목표로 쿠팡 로켓배송에 대해아니면 말고 식시비를 걸고 있다는 데 대해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노란색 번호판 확대 논란을 끄집어 내 증차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어느 정도 선명하기까지 하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철저하게 배제돼 있어 안타깝다. 기존 택배서비스의 질적 향상방법론을 엿볼 수 있는 쿠팡의 실험적 서비스가 당장 위협받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일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이번 논란을 두고 온라인 상에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Posted by Journalist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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